일본여행기 박용구 교수
7월 4일 맑은 날씨에 대구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를 달려 부관페리를 타고일본 시모노세끼를 향했다. 28년전 25세의 나이로 일본에 처음 가서
미시마(三島)에있는 국립 유전학연구소에서 3년간 연구하든 시절이 생각이 났다. 남북으로 5000km, 면적으로 우리 남한 면적의 거의 4배가 되는 전 일본을 오키나와 부터 홋카이도까지 여러 곳을 돌아 다녔다. 구주 최 남단 가고시마 대학에서 6개월간의 생활은 무더운 여름날씨와 사쿠라지마 에서 흩어져 내리는 화산재 때문에 고생했던 그때 기억이 생생히 남아 있다. 그곳에서 2만5천톤의 대형 기선을 타고 24시간 동안 거친 태평 양의 파도를 가르면서 오키나와에 가서 아열대 류큐소나무집단를 조사하였다. 구주의 나가사키, 구마모토, 미야자키 그리고 시마바라 등을 돌아 다니면서 채집했던 소나무집단들은 나의 청춘을 바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같다. 가고시마에 있는 기리시마 소나무의 붉은 수피의 파도, 시 마바라 소나무림, 돗토리의 다이센 소나무, 세토나이가이의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섬들 속에서 잘자라고 있던 소나무집단를 조사하든 시절은 오 로지 연구에 대한 한 가지 생각 뿐이였다. 북쪽에 있는 혹가이도는 아캉호, 마쉬호를 돌아 미호로고개를 지나 노보리베쯔, 삿폴로에 있는 북해도 대학의 포플러 길도 마음에 들었다. 1800년대에 미국에서 일본 북해도 농과대학 교수로 와있던 크라크선생의 동상앞에 새겨져있는 Boys be ambitious!의 글자는 젊은 학자에 많은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1971년 귀국후에 다시 1974년 일본 구주대학에 가서 있던 3년 동안 여러곳의 일본을 속속들이 여행 했다. 그후 1984년 부터 1985년까지 센다이 동북대학, 1989년 쯔크바의 사브라회의, 1995년 가나야에 있는 일본 국립차연 구소 공동연구 후 다시 금년 7월 한달을 한국과학재단의 단기 일본 초청교수자격으로 시마네 대학에 가게 되었다. 그동안 동남아, 미국, 유럽등 여러나라를 여행을 해본 나의 경험으로 여행은 항상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고 창조성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여러번 가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더 색다른 여행을 해보기로 작정했다. 자동차를 가지고 일본에 가기로 정하고 수속을 시작하였다. 우선 자동차 번호판을 새롭 게 제작하고 국제 면허증을 챙기고 부산 세관에 제출해야 할 잡다한 서류를 대구자동차검사소에서 사전에 허가를 받는등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지루한 준비기간이 끝이 나고 드디어 7월 4일 저녁 7시 부관페리에 차를 싣고 일본으로 떠났다. 배 간판위에 로프로 고정한 자동차에 짐을 그대 로 넣어두고 4인용 일등칸에 들어와 배멀미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초저녁에는 약간 높은 파도가 일었으나 저녁 이 되면서부터 잠잠해지기 시작 하여 걱정했던 멀미는 하지않았다. 시모노세끼(下關)는 비교적 작은 시골풍의 항구로 부산보다는 훨씬 한가했다. 아침 8시30분 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마쳤다. 일본에서의 자동차 운전을 하는데 어려운 것은 운전석이 좌우가 다르다는 점이였다. 처음에는 긴장하여 앞차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방향감각을 익혔다. 시모 노세끼의 외곽을 지나 고속도로에 집입하여 양쪽으로 울창한 숲을 따라 달려 나가면서 운전 감각을 되 찾아 갔다. 고속도로는 의외로 한가한 편이였다.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시마네 마쯔에에 도착하였다. 신지호수의 광활하게 찰랑대는 은빛 물결은 마쯔에가 물 의 도시임을 말해 준다. 기수호(민물과 바닷물이 같이 섞이여 있는 호수)로 유명한 신지호에는 여러 가지 특수한 수중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인구 40여만명의 작은 시마네현의 중심지인 마쯔에(松江)시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항상 그렇듯이 이러한 곳은 유별난 산업이 없어서 매년 인구가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간다고 했다. 시마네 대학과 우리대학은 자매결연을 맺고 있어서 그 동안 많은 교수와 학생들의 교류가 이뤄져왔다. 시마네 대학의 국제교류 회관에 짐을 풀고 그 이튿날부터 마쯔에에서 50키로이상 떨어져 있는 이즈모에 있는 시마내 농업시험장 유전공학연구실 에 가서 한달동안의 기간으로 초저온저장에 관한 연구에 돌입하였다. 작년 11월에 초청했던 사카이 교수의 제자인 마쓰모토박사와 같이 배양세 포 및 조직배양조직을 초저온 저장하는 기법을 이용하여 유전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실험을 하였다. 살아있는 세포를 -196oC의 액체질소에 저장 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빙시켜 이용하는 방법은 동물세포의 경우 (정자와 같이) 많이 이용 되어오고 있는 방법이지만 식물의 경우 이제 초기 단 계에 있으며 임목세포의 경우에는 그 발전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이번 초저온 실험을 위해 대학원에 다니는 C양과 같이 갔기 때문에 여러 가지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일본에 간 C 양은 차근차근하고 sence도 있어서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지만 능숙한 영어로 실험하 고 생활하는데 별 불편이 없어 보였을 뿐만아니라 여러 사람들로부터 영어를 잘한다고 칭찬이 대단해서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가지고 간 주목 현탁세포와 고로쇠나무 현탁세포 및 포도, 와사비등에 대한 초저온 저장 실험을 하였다. 일주일 간의 실험기간동안 내내 비가 와서 아름다은 신 지호의 풍광를 만끽할 수없었다. 그러나 주위의 푸른 산과 어울린 호수의 잔잔한 파도와 하얀 빗줄기가 실처럼 내리든 신지호의 모습은 평화 그 자체 처럼 느껴졌다. 신지호주변를 지나 해안선 쪽으로 가면 시마네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이곳에는 시민 운동시설을 잘 만들어 져있고 원자력 박물관도 설치 되어 있는데 이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지역주민을에게 수혜를 주기위해 만든 것들이였다. 이곳까지 오는데 주위에 있는 산들이 온통 말라 죽은 소나무 로 산전체가 재앙을 만난 처참한 모습을 들어 내놓고 있었다. 소나무 재선충의 피해 때문이다. 소나무 재선충은 1970년대 초에 그 감염경로가 일 본 삼림총합연구소 도꾸시마박사에 의해 밝혀진 이후 급속도로 일본 전역으로 퍼져 이제 곳곳에 소나무를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일본에서 가장 심각한 삼림 해충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수염치레 하늘소가 병든 소나무의 솔잎을 갉아먹으면 타액 속에 소나무 재선충(길이가 0.1-0.5mm정 도여서 눈으로 도 잘 보이지 않는 작은 회충)이 들어가서 다른 나무로 옮겨진다. 다른 나무에 들어간 재선충은 급속이 성장하여 가도관을 완전 히 막아 수분의 이동을 저해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소나무가 벌겋게 고사하는 피해를 입어 특별한 방제책이 없는 형편이다. 일본의 경우 인건비가 너무 비싸 죽은 나무를 수거하여 처리 하지 못해 산 전체의 몰골이 더욱 흉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부산지방에서 발병된 보고 가 있는 바 여러 가지로 많은 주의가 필요한 충해이다. 시마네 대학에 있는 동안 교토대학과 에히메 대학을 방문하였다. 멀고 먼 길을 자동차로 달려 교토대학에서는 이차 대사산물에 대한 유전공학연 구를 하는 사또교수를 맞나서 국제공동연구를 상의 하고 에히메 대학에서는 야마구치박사를 만나 차나무의 유전자원 보존관계와 금년 11월 부산 에서 개최할 한일 차나무 심포지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 시마내 대학에 온지 한달이 벌써 지나 귀국길에 오르게 되었다. 7월 30일 시마네 마쯔에를 떠나 국도 9호를 달려 시모노세끼를 가는 길은 온통 동해안 선을 따라 달렸다. 동해의 푸른 물은 우리나라에서 보나 일본쪽에서 보나 다 같이 푸르고 아름다워 보였다. 적당히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 안선 도로는 드라이브하기에 안성 맞춤이다. 오전 10시 출발한 길이 하기(萩)시에 저녁 6시에야 도착하였다. 이 작은 도시는 도자기로 유명한 곳 이다. 일본의 명치유신을 주도했던 많은 인재가 여기에서 배출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1700년대에 순교자가 나와 가톨릭 순교자의 무덤도 있었 다. 또한 우리에게는 민족의 역적으로 치부되고 있는 이또히로부미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해가 진다음 하기시의 해변에서 바라보는 저 녁바다는 불어오는 미풍속에 스미어 있는 소금냄새가 싫지는 않았다. 이튿날 8월 1일 아침 하기시를 출발하여 시모노세끼까지 약 3시간 거리 오후 3시 관부페리에 승선 할 때까지 시내에서 기다려야 했다. 한달 동안의 채재 중에 새로운 경험을 한 것은 자동차 여행이 일본에서는 매우 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로선택(고속도로를 타지 말고 되도록 국도를 타면)을 잘만하면 비용도 매우 절감되기 때문에 자동차로 일본을 여행하는 것도 권할 만한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30년 지기인 사카모토 교수를 다시 만날 수있어서 좋았다. 그분이 말한 한마디는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내인생을 다시 한번 반추 해보 게 하는 의미있는 단구였다.
桃李不言 下自成路(활짝핀 복숭아꽃과 오얏나무꽃은 손짓해서 사람을 불르지 않아도 나무아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 와서 자연히 길이 생 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