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과 환경

                   경북대학교 임학과 교수 박 용 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조화란 극과 극의 대립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화합을 의미한다. 밤과 낮은 음과 양의 이치요 식물과 동물의 만남도 이러한 음과 양의 조화로 읽을 수가 있다. 식물은 음이요 동물은 양이다. 어느 한쪽만이 있어도 균형을 이룰 수가 없으며 평화로울 수가 없다. 식물이 전혀 없는 동물만의 세계가 존재 할 수 있겠는가? 우리 나라를 금수강산이라고 부르는데 나무와 숲이 산과 들에 잘 어울려 아름답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는 항상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고마움을 모르는 것처럼 나무와 숲이 항상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그 고마움을 모르고 지나칠 수가 있다. 나무가 없는 사막을 보고 그곳에서 얼마나 사람이 견딜 수 있을 지을 생각 해본 적이 있는가? 나무와 숲은 우리 생명을 보호해 주는 바로 환경 자체인 것이다. 이러한 나무와 숲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이해해 나가는 것 그러한 자세야말로 바로 환경을 이해 할 수 있고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1. 나무와 숲의 역할

목재로써의 나무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라고 하며 목재 자원 이외로써의 가치를 공익적 가치라고 한다. 나무를 벌채하여 가구나 집을 짓는 등 목재 및 종이의 원료인 펄프로 사용하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 인간에게 크나큰 경제적 가치를 얻게 하였다. 이러한 목재로써의 자원적 가치 이외에 즉 공익적 가치란 어떤 특정인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라 삼림이 있으므로써 불특정 다수가 다 같이 공여할 수 있는 이익 즉 맑은 물을 만들어 주거나, 맑은 공기를 제공하여 주거나, 산사태를 방지해 주며,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만들어 주어 균형 있는 숲의 생태계를 이룩하게 하여 인간들에게 생활의 터전을 제공해 주는 것과 같은 혜택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익적 혜택은 환경문제가 심각한 최근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며 이러한 역할은 개인이 이룩하거나 보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맡아서 조성 보존해 나가야 할 가치라고 할 수가 있다.

현재 우리 나라 삼림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공익적인 가치를 환금으로 구체화 할 때 1994년 기준으로 총 27조6천억 원에 이르며 이는 국민 총 생산의 12%에 달하여 국민 일인당 년간 63만원의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 된다.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데 8조4천억원(30%), 깨끗한 물을 만들어 주는데 7조9천억원(29%), 흙이나 자갈 등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방지 해주는데 5조 8천억원(21%), 사람들의 쾌적한 생활 터전을 제공하는데 3조 5천억원(13%), 산사태를 방지하는데 1조 5천억원(5%) 그리고 들짐승들을 보호하는데 5천억원(2%)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삼림청에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삼림이 가진 공익적 혜택 중에서 이와 같이 환금적으로 계산 할 수 없는 문화적 혜택이야말로 무한 한 것이다. 나무를 목재 자원만으로 따진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이는 마치 모나리자 그림을 페인트 값이나 캔버스 값과 같은 재료비로만 따지는 것과 같다. 산이나 들은 캔버스와 같고 나무는 페인트인 것이고 숲은 완성된 모나리자의 그림 같다고 할 수가 있다. 나무가 모여 만드는 숲은 연출하기에 따라 무한한 아름다움을 창출해 낼 수 있다. 독일의 지성 괴테는 모든 시상을 숲 속에서 이루었다고 한다. 우리의 방랑시인 김 삿갓도 금강산을 노래 할 때 松松栢栢岩岩廻 水水山山處處奇라고 나무를 극찬하였다. 이것은 자연적인 구도로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는 나무가 이루어 놓은 숲이야말로 금전적으로 따질 수 없는 무한한 예술적인 가치를 우리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숲에서 예술적 가치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2. 삼림 파괴와 환경

이렇게 우리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나무와 숲이 이 지구상에서 매년 한반도 만한 넓이 만큼씩 파괴되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후진국들은 외화를 벌기 위해 많은 목재를 벌채하여 국제 시장에 팔고 있기 때문에 주로 후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숲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종이용 펄프 및 건축, 가구재로 사용하기 위해 외국에서 싼값에 목재를 수입하고 자기나라의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전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후진국들의 삼림이 파괴되어 가고 있어서 지구 전체적인 환경 문제가 되고 있다. 인도지나 반도를 중심으로 한 열대림 지역과 남아메리카의 브라질의 아마존 유역의 열대림의 남벌은 이제 재기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 20여 년 간 이들 지역에서 삼림이 파괴되면서 1백만 종에 달하는 생물종이 소실되어 멸종되고 말았다. 이들 열대림의 목재가 바닥이 나면서 세계의 목재상들은 러시아의 시베리아 한대림으로 목재 생산지를 바꾸고 있다. 한대림은 추운 기후 때문에 생산성이 매우 낮아 한번 파괴되면 복구되는데 오랜 시일이 걸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 전체 침엽수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시베리아 한대림이 파괴가 되면 이들이 원상 복구되는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이며 이 때문에 발생하게 될 전 지구의 환경 변화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삼림 지대야말로 지구의 허파와 같은데 허파가 고장이 나면 어떻게 피를 깨끗이 할 수가 있을까?

삼림이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것 중에 담수 부족 현상이 있다. 지구 전체의 70%가 물로 되어 있으나 이중 인간이 이용 할 수 있는 담수는 3% 정도이며 이중에서도 이용 가능한 담수는 1/3에 불과하다. 이러한 담수를 정화 저장하는 기능은 삼림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기능인데 이러한 삼림의 무분별한 벌채로 인해 담수의 부족을 부채질 하고있다.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공장 연기와 자동차 매연은 대기에서 여러 가지 화학 반응을 거쳐 독성 화학물질인 PAN으로 되어 심각한 대기 오염을 발생시킨다. 또한 대기 중에 있는 아황산 염이나 질산염 등은 비속에 녹아 산성비를 내리게 하여 삼림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현재 독일의 흑림(독일과 프랑스 및 스위스 국경지대에 있는 독일에서 가장 넓고 아름다운 삼림지대로 주로 독일가문비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전체전인 삼림의 색채가 어둡게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 말라죽어 가는 원인이 이러한 산성비라고 밝혀지면서 과학자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도 없이 비를 맞는 낭만을 즐기던 것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요즈음 오는 비는 산도가 매우 강해 그대로 맞으면 대머리가 될 확률이 매우 높으며 피부염과 같은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산도가 높은 것은 pH가 4.0 이하인 산성이 매우 강한 산성비(pH 7.0이 중성)가 내리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공업화에 따른 환경파괴는 산성비뿐만 아니라 냉장고 냉매 등으로 사용되는 프레온가스원료인 CFC와 같은 화학 물질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 지구를 보호하고 있는 오존층을 매우 빠른 속도로 파괴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오존층의 파괴는 대기 중에 자외선이나 방사선량이 매우 높아져서 피부암을 일으키게 하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대기오염을 궁극적으로 해결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숲이 병들어 죽어 가고 있기 때문에 지구 환경은 더욱더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지구 환경을 심각하게 감지 못하고 태평스럽게 살고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 것은 환경 보호론자들의 쓸 때 없는 걱정일까? 요즈음 일기예보에 여의도 TV방송국에서 남산이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이 기상 예보 뉴스에 나오곤 한다. 지금부터 30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의 하늘은 항상 시야가 깨끗한 그런 대기 환경이였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나라 대도시의 대기는 매우 나빠져 있는 심각한 상태인 대도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은 그렇게 심각한 것 같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우리 인간들이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생물이 서서히 변해 가고 있는 환경을 인식하지 못하고 견디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멸망해 가는 현상을 frog effect(개구리효과)라고 한다. 개구리를 끓고 있는 냄비 속에 넣으면 금방 밖으로 뛰어 나오지만, 처음 냄비 속 찬물 속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열을 가하면 개구리는 물이 끓어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그대로 그 속에 있다가 죽고 만다는 것이다. 오늘날 점진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죽어버리게 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요즈음 전남 여천공단 주변의 생활 환경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그 곳에 사는 몇만 명의 주민들이 그들이 사는 고향을 버리고 집단으로 이주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 나라에서는 공업화와 근대화를 추진해 오는 과정에서 공단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를 얻거나 댐을 건설하기 위해 거주민들의 집단 이주가 행하여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이 사는 곳의 환경이 공단에서 나온 대기 오염 때문에 극도로 나빠져서 대규모로 집단 이주해야 하는 사태는 이번이 처음 인 것이다. 우리지역의 공단에도 이러한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우리 모두는 항상 깨어서 주변 환경을 지키는 NGO(비정부 시민운동단체)들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참여함으로써 이러한 불행한 사태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삼림은 환경오염에 의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짐으로써 병충해가 대 발생하여 파괴의 속도를 더해 빠르게 하고 있다. 강원도로 가는 영동고속도로 주변 원주를 지나 장평사이의 소나무림이 솔잎혹파리의 공격으로 거의 빈사 상태에 있어서 춘삼월 호시절에 이곳을 바라보면 春來不思春이라든가 봄이 왔는데도 산은 회색의 죽음의 빛깔을 보이고 있다. 숲의 파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가를 웅변으로 보여주는 현장인 것이다. 불국사는 우리 나라가 자랑하는 문화자산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한가운데 불국사가 우뚝 서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것인가? 불국사의 아름다움은 토함산의 수피가 빨간 소나무 숲 속에 있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일본의 향토수종인 삼나무나 편백나무 숲에 있다면 왜색(矮色)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무와 숲의 종류에 따라 주변 환경에서 느끼는 감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불국사 주변의 소나무도 솔잎혹파리의 공격을 받아 심하게 훼손되어 가고 있다. 정부 당국에서는 한 나무마다 방제 액제를 주사하여 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0여 년이 넘은 소나무에 구멍을 5-8개씩 뚫고 방제 액제를 집어넣어 주는 작업은 막대한 노력과 경비가 들어가는 일이다. 이러한 솔잎혹파리의 대 발생 역시 환경파괴에 따라 삼림 생태계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삼림을 해치고 있는 것은 병해충 뿐만 아니다. 요즈음에 더욱 무서운 것은 산불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산불이 나도 규모가 작았으며 그 피해 또한 별로 크지 않았다. 산불이 나는 3대 요소는 공기, 열, 연료인데 공기가 있고 불씨가 있으며 타는 물건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 산불은 한 번 났다 하면 대형화되는 추세에 있으며 진화가 매우 어렵다. 그 원인 중에 하나가 타는 연료가 풍부해 졌기 때문이다. 삼림이 우거지고 낙엽이나 떨어진 잔가지가 많이 쌓임으로써 한 번 불이 붙으면 매우 오래 타고 대형화가 되는 것이다. 1996년 4월 23일부터 26일 까지 5일간 번진 강원도 고성군 산불은 3,800정보의 산림을 초토화시키고 진화가 되었다. 미국의 최대 국립공원인 엘로우스톤(미국 제1호 국립공원, 그 면적이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만큼 광활한 공원)에 자연적 원인(낙뢰)으로 88년 산불이 나서 3개월간이나 타고 결국 하늘에서 비가 와서 진화되었는데 이는 그 동안 산불을 잘 방제하여 120여년 동안 한 번도 산불이 나지 않아 탈 수 있는 연료가 너무 많이 축적이 되어 대형화되었다고 한다. 산불까지도 너무 인위적으로 막으려 한다면 자칫 대형 참사를 부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대부분의 산불발생원인은 인위적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산불의 효율적 방제야말로 앞으로 삼림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힘을 기울려야 한 부분이며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입산자의 실화가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하고 있다. 산에 가는 사람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최근 들어 등산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취사 금지 이후 취사하다가 낸 산불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입산자 산불은 담배 불에 의해서 발생된 것이다. 외국의 경우 등산로입구에 있는 통제소에서 소지하고 있는 담배 및 성냥이나 라이터와 같은 불씨를 맡겨 두고 올라가도록 조치하고 있다. 1996년 8월 24일 미국의 카터 정부는 담배도 습관성 마약과 같이 취급한다고 발표하였다. 담배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담배 값은 우리 나라의 서너 배, 프랑스 역시 5배가 비쌀 뿐만 아니라 담배를 파는 장소가 극히 제한되어 있고 판매시간도 매우 짧아서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들에게 매우 불편한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담배 소비를 줄이고 있다. 우리 나라도 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산불예방에도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 등산을 한다. 그러면서 산에 가서는 몸에 가장 해롭다고 하는 담배를 피운다. 이율배반이 아닐 수가 없다. 흡연인구를 현 70%에서 50%미만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정부의 보건정책이라고 한다. 이는 보다 강력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흡연인구를 감소 시켜야 하며 특히 입산시에는 흡연을 철저하게 제한함으로써 산불 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산에 가면 호흡이 가빠지고 혈액 순환이 빨라지기 때문에 이때 담배를 피우면 더욱 빨리 많은 양의 니코친이 혈액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등산 할 때의 흡연은 더욱 삼가 해야 한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이제부터 산에서의 흡연을 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3. 삼림의 재생력과 환경 보호

삼림은 자연도태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되어 새로운 우수한 유전자형을 가진 차대를 남김으로써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한 개체의 소나무가 일생 동안 약 700만개 이상의 종자를 생산해 낸다. 이들 종자는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 숲 속에서 어머니 나무가 서 있는 단 한 그루의 공간만이 차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살아남아 큰 나무로 성장 할 수 있는 확률은 약 700만 분의 일이 된다. 이것은 700만 중에서 가장 강한 자손 하나만을 선발하는 자연도태의 원리를 통해 부모 세대보다는 훌륭한 개체가 다음 세대를 이어 가도록 하는 이들 대로의 진화 방법이다. 할아버지 세대 보다 아들이 낫고 아들세대보다 손자세대가 좋아 져야 그 집안이 번창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소나무 꽃은 같은 나무에 암꽃가 숫꽃이 같이 피는 자웅동주 수종이다. 암꽃은 4월에 나온 새순의 제일 꼭대기에 연보라색을 띈 작은 꽃이 80-120개가 붙어 있는 꽃봉오리가 2-3개정도 가장 높은 꼭대기에 달리며 그 아래 부분에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노란 숫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핀다. 암꽃이 숫꽃 보다 높은 데서 피기 때문에 여성 상위인 셈이다. 이렇게 많은 숫 꽃이 다닥다닥 붙어서 피는 소나무의 특성 때문에 소나무의 학명이 densiflora(밀집된 꽃)가 되었다. 매우 흥미 있는 사실은 같은 나무에 암꽃과 숫꽃이 같은 시기에 피지 않고 약 일주일정도의 차이를 두고 암꽃이 먼저피고 암꽃이 시들 때쯤에 숫꽃이 나중에 피어나도록 조절된다는 사실이다. 될 수 있으면 같은 나무의 꽃가루가 아니라 다른 개체의 꽃가루받이를 함으로써 어버이와는 유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자손을 만들기 위한 신비로운 계산이 숨어있는 것이다. 근친결혼이 나쁘다는 것을 소나무는 우리 인간들 보다 벌써 오래 전에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캐나다와 미국 국경 지방에는 세로티나소나무(Pinus serotina)가 넓은 면적에 분포하고 있다. 세로티나라는 말은 솔방울이 완전히 익어도 벌어지지 않는 폐과성(閉果性)을 말한다. 이 소나무의 구과는 섭씨 60o 이상이 되어야 솔방울이 벌어져 종자가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통 환경에서는 벌어지지 않은 솔방울이 떨어져 수십 년 쌓이게 된다. 그러다 산불이 나서 납엽 층의 온도가 높아지면 다른 수종의 종자는 전부 타 없어지는 것에 반해 이 소나무의 종자는 일제히 터져 나와 일제히 발아되어 대면적의 세로티나 소나무림을 만들게 된다.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자연 산불 후에는 독야청청하리라는 염원을 담은 세로티나소나무의 자손을 만드는 방법이야 말로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자연 환경을 이용한 진화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수종도 있으나 또 다른 수종은 스스로 자기 자손들에게 매우 강한 도태압을 만들어 보다 강하고 적응력이 높은 자손만을 살아 남게 하는 즉 스팔타식 교육법을 이용하는 수종도 있다. 열대지방에 사는 호도나무 중에는 자기 종자만 선택적으로 발아를 억제하는 특수한 물질을 분비하는 호도나무가 있다. 이 물질은 그 나무의 생장이 왕성할수록 많이 분비하여 자기 나무종자의 발아를 억제한다. 그렇게 하여 수 십년 동안 발아가 되지 않고 쌓이는 종자가 수만 개에 달하게 되는데 어미나무가 100년이 넘으면 늙어서 발아 억제 물질을 분비하는 양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고 이때 그 동안 쌓인 종자가 일제히 발아를 하게 된다. 동시에 발아된 많은 어린 묘목간에 매우 강한 경쟁이 생기어 적응력이 높고 유전자형이 우수한 개체만이 살아 남게 됨으로써 다음 세대를 이어가게 하는 독특한 번식법이다. 이와 같이 식물은 다른 생물이나 같은 식물종 간에 서로 영향을 주는 특수한 물질을 발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알레오파시(他感作用)라하고 이러한 물질을 알레오파시물질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물질을 개발하여 생물 농약을 만들어 특수목적에 이용하기도 한다. 그중에 하나가 일본에서 개발된 편백에서 발견되어 이용되고 있는 히노키시톨이라는 물질이다.

삼림을 이루고 있는 여러 종류의 수종간에는 서로 햇볕이나 토양 중의 양분에 대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어떤 수종간에는 서로 협력하여 상부상조하는 나무들도 많이 있다. 송무백열(松茂栢悅)이라는 말이 있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즐겁다는 뜻이다. 잣나무는 어릴 때는 그늘을 좋아하는 음수이기 때문에 소나무 그늘이 잣나무의 생장을 도와준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숲 속에서는 서로가 각각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 상부상조하는 것이 많다. 현재 물리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천연림 무육기법(하층식생을 정리하여 바람이 잘통하게 한다든가, 굽은 나무를 제거한다든가 등)에 이러한 생태적 연구 결과를 가미함으로써 보다 효율이 높은 새로운 천연림무육방법을 개발해낼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새로운기법을 통해 아름답고 생기 있는 삼림을 조성 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사회는 그대로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생장해 가고 있으며 새롭게 변해 가고 있다. 이러한 변이를 식생천이(植生遷移)라고 한다. 처음 아무 것도 없는 벌거숭이 땅에서 풀이 자라고 다시 키가 작은 나무가 그 곳에 들어와서 차지고 하고 살다 보면 그 다음 키가 큰 나무가 들어 와서 자라게 된다. 처음 들어와 사는 개척종(pilot species)은 극양수(햇볕을 매우 좋아하는 수종)이고 척박지에서 잘 자라는 소나무 류가 들어와 자라게 된다. 이들 소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져 부식질이 많아져서 토양 환경이 좋아지면 경쟁에 강한 활엽수인 참나무류가 침입 해 들어오게 되어 소나무림은 점점 쇠퇴해 간다. 이 천이 과정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수종을 극성수종이라고 하는데 어느 수종이 극성상에 이르는가 하는 것은 기후와 풍토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참나무류나 서어나무류가 극성상을 이룬다. 요즈음 서울 남산의 소나무가 없어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소나무가 줄어드는 것은 식생천이의 결과이며 남산의 토양이 점점 좋아져서 다른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소나무가 밀려나고 있는 자연 현상이기 때문에 그리 걱정 할 것이 못된다. 소나무 망국론(亡國論)이라는 이론을 편 일본 임학자 혼다(本多) 교수가 있었는데 그는 일본의 경우 소나무가 많아지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였다. 소나무는 척박한 토양에 잘 자라기 때문에 소나무가 많아진다는 것은 삼림 토양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뜻하며 산림 토양이 악화되는 것은 우거진 삼림을 벌채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본에서 소나무가 많아진다는 것은 삼림파괴가 심하게 일어났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며 삼림을 파괴하는 민족은 망한다는 사실을 일본 국민들에게 일깨워 주기 위해서 주장한 말인 것이다. 일본의 대부분 삼림은 너도밤나무, 편백, 삼나무로 덮여 있으며 소나무는 화강암을 모암으로 하고 있는 토양이 매우 척박한 세토나이가이 지역을 중심으로 비교적 소면적에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소나무 망국론을 우리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기후 풍토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하튼 우리 나라의 삼림이 우거져서 삼림 토양이 좋아지면 점점 소나무의 비율이 줄고 참나무류나 서어나무 같은 활엽수로 변해 가는 것은 당연한 식생천이 방향이다. 그러므로 소나무가 줄어든다고 해서 걱정 만 할 일은 아니다.

이와 같이 삼림은 막강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어서 자연 환경을 다시 조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4. 삼림을 이용한 건강 관리법

목욕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수욕 즉 물로 하는 목욕이다. 이것도 물의 종류에 따라 해수욕, 우유욕, 약물욕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이외에 한증욕, 사우나, 모래욕, 진흙욕, 풍욕(風浴)등도 있다. 최근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목욕 중에 삼림욕이 있다. 나무와 숲에서는 여러 가지 물질들이 분비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자기 자신을 다른 생물의 공격에서 보호하려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있다. 피톤(phyton)이란 즉 식물이라는 뜻이고 치드(cide)란 죽인다는 뜻으로 소련의 식물학자가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전나무의 작은 가지를 꺾어 백일해를 앓고 있는 환자가 있는 방에 깔아 주고 하루 밤 후에 백일해 병균의 농도를 측정하였더니 그 농도가 1/10으로 줄어 든 것을 보고 전나무가 가지고 있는 살균력을 발견한 것이다. 이러한 식물이 발산하는 피톤치드는 특히 사람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대단히 좋은 물질로 알려져서 피톤치드가 많은 숲 속을 거닐면서 이러한 물질을 우리 몸 속으로 흡수하는 것을 삼림욕이라고 부른다. 피톤치드는 수종에 따라 계절에 따라 같은 계절이라도 시간에 따라 발생되는 양이 각각 다르며 숲 속의 환경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보다 참나무나 쪽동백나무같은 잎이 넓은 나무에서 그 발생 량이 많으며 오전보다는 오후 2-3시경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계곡에 물이 흐르고 작은 폭포가 있어 물보라가 생기는 곳에서는 물에서 나온 음이온 효과가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삼림욕의 효과를 크게 높여 준다. 느슨한 복장으로 코나 등에 송아리 땀이 날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숲 속을 거니는 것이 삼림욕의 일반적인 방법이다.

나무는 대기를 정화시키는 필터 작용이 있다. 탄산가스를 흡수하여 탄소 동화작용에 이용하고 산소를 방출함으로써 대기 중에 산소량을 증가시키는 유일한 산소 발생기이다. 뿐만 아니라 산성비가 갖고 있는 독성을 중화시키거나 완화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뿌리에서는 오염됨 토양으로부터 오염 물질을 흡수하여 토양 오염을 정화시켜 주기도 한다. 중금속 중에서도 가장 독성이 강한 카드뮴의 흡수력이 뛰어 난 것은 은행나무(5년생), 메타세쿼이야(15년생)로 0.14ppm을 흡수하며 구리, 납, 아연 등의 흡수력이 뛰어 난 것은 자작, 쥐똥나무 등이다. 대기오염 중에 가장 심각한 아황산 가스를 정화시켜주는 나무로는 가중나무, 양버즘나무, 은단풍나무, 일본전나무, 소나무, 잣나무 등이 있다. 이러한 나무를 환경수라고 부르며 공장 주변의 대기오염 및 토양 오염을 정화시키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심고 가꾸어서 오염된 환경을 정화시키는데 이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5. 맺는 말

우리 나라는 대부분의 자연 환경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산은 나무로 덮여있다. 그러므로 나무가 모여 이룬 숲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자연환경을 알 수가 없다. 건전한 삼림 생태계는 끊어지거나 중단되는 법이 없이 쉬지 않고 돌고 또 돈다. 녹색식물인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이들 소비자를 다시 분해하는 분해자로 이들이 분해한 영양분은 다시 생산자인 녹색식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 생태계의 대순환계라고 하면 한 개체의 생사 성쇠가 작은 순환계라고 할 수 있다. 세포 속의 순환, 개체내의 순환이 모두 돌고 도는 원칙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순환의 원리가 파괴되면 몸은 병이 드는 것처럼 자연의 순환계도 돌지 못하고 멈추면 병들고 만다. 썩거나 분해되지 않는 악성 폐기물들이 자연 순환계의 연결 고리를 파괴시키고 있다. 이러한 순환 고리가 파괴된 생태계는 병이 들게 되고 이들은 정체되어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 시키는 것이다. 대기의 순환에 숲의 역할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숲을 보다 깊게 파악하는 것이 환경을 이해하는 첩경이 될 것이며 환경을 인식하는 일이 생명을 이해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숲을 파악하려면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에 대해 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최근에 야생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작은 모임들이 생겨 식물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선진국 사람들에 비하면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다. 우리 나라의 나무 이름을 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미적인 측면 보다 직관적으로 붙여진 이름이 많다. 이는 우리들 자신의 미학에 대한 심미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이 있다. 옛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산에 나물을 캐러 갔다가 며느리가 뒤를 보고 나니 시어머니가 며느리 밑을 닦으라고 건네주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인데 이 풀잎의 뒷면에는 예리한 가시로 덮여 있다. 이는 고부간의 갈등을 그대로 잘 나타내 주고 있는 식물 이름이다. 예로부터 내려온 이름은 그런 데로 운치가 있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으나 최근에 외국에서 들어와 새로 이름이 붙여진 나무이름에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것이 양버즘나무이다. 우리 나라 가로수중에 가장 많이 심어져 있는 프라타나스나무의 우리 나라 이름이 양버즘나무인데 이것은 수피가 히껏히껏 버짐처럼 무늬가 생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름다운 나무에 사람의 병 이름을 붙인 다는 것은 너무 한 일이 아닌가. 일본 사람들은 우리 나라와 똑 같이 미국에서 도입된 이 나무이름을 [스스가게노끼] 즉 시원한 그늘이 지는 나무라는 뜻이 있는 이름을 붙였다. 나무이름 하나에도 우리의 정이 흠뻑 들어 있는 것으로 지어 줄 수는 없는가. 다정큼나무, 비목나무, 시무나무, 팽나무, 이팝나무 등등은 듣기에도 좋고 부르기도 좋다. 앞으로 나무이름을 새로이 지을 때는 공청회라도 열어서 지어 봄이 어떨지 모르겠다.

여하튼 나무를 사랑하려면 그 이름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 나라 나무 종류가 약 64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하지만 약 150에서 200여 개 아니면 100여 개의 나무 이름만 알아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나무는 대부분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등산을 가서도 그냥 산에 올라가 야호만 외치고 오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며 내려가며 길섶의 나무들과 대화도 할 수 있고 어린 자녀들에게 나무이름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교육적 효과도 매우 클 것이다. 이제 산에 갈 때 작은 수목도감을 항상 휴대 해보는 것은 어떨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무사랑회 같은 등산 회를 만들어 산에 갈 적에 나무이름을 서로 배우고 나무에는 산악회 이름만 들어 있는 등산로 표식 리본 만 달지 말고 나무이름이 적힌 리본을 달아 주면 훨씬 교육적이고 뜻이 있는 등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學行一致라는 말이 있다. 배웠으면 한가지라도 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환경보전을 실천하는 첫 걸음을 나무이름을 아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가 생각해본다. 아파하고 신음하는 지구 환경을 위해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는 아름다음 마음을 가지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할 일이라고 확신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참고문헌

1. 숲과 문화. 숲과문화연구회(02-910-4812)

2. 월간 그린 스카우트. 그린스카우트(02-554-0301)

3. 아름다운 국립공원. 국립공원 관리공단(02-540-1291)

4. 원색한국수목도감(조무연). 아카데미서적(02-587-2121)